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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지 마라」만 쓰고 「어기면 얼마」를 안 쓴 계약서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6.10.12 09:17
  • 조회수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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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이런 조항이 들어 있습니다. “을은 계약기간 중 동종 업체와 거래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리점 계약의 경업금지, 용역계약의 전속의무, 근로계약의 전직금지가 모두 이 형태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실제로 그 조항을 어겼을 때, 조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돈을 받지 못합니다.

금지 조항을 넣으면서 어기면 얼마를 물어내는지를 적지 않은 계약서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1. 위반은 입증됐는데, 금액이 남습니다.

계약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두 가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의무를 어겼다는 사실,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의 손해가 생겼는지입니다.

앞의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경쟁사와 거래한 증거, 이적한 사실, 같은 업종을 시작한 정황은 대부분 남습니다.

문제는 뒤의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가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가 얼마를 더 벌었을지를 숫자로 증명해야 합니다. 민법 제393조 제1항은 손해배상의 범위를 통상의 손해로 한정하고,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를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로 제한합니다.

여기서 대부분 막힙니다.

매출이 줄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경기 탓인지 그 사람 탓인지를 가려야 하고, 가려낸 부분이 통상손해인지도 따져야 합니다. 위반은 명백한데 청구 금액은 깎이거나 기각되는 일이 여기서 벌어집니다.

2. 그래서 금액을 미리 정해 둡니다.

민법 제398조 제1항은 당사자가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금액을 정해 두면 손해가 얼마인지 증명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위반 사실만 보이면 됩니다.

조항 하나로 입증 부담이 통째로 넘어갑니다. 금지 조항만 있는 계약서와 금액까지 적힌 계약서의 차이가 여기서 갈립니다.

3. 다만 적어 둔다고 그대로 받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숫자를 크게 써 둔다고 그만큼 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4항은 위약금의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계약서에 ‘위약금’이라고만 써 두면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되고, 그 금액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납니다. 실제 손해가 더 컸더라도 추가로 청구하기 어려워집니다.

같은 '위약금'이라도 성격이 갈립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지, 그와 별도로 제재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볼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어느 쪽으로 평가되는지는 문구와 거래의 경위를 함께 보아야 하고, 계약서에 쓴 단어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4. 지금 계약서를 열어 보시면 됩니다.

반복해서 쓰고 계신 계약서에서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할 수 없다’로 끝나는 조항을 찾아 보십시오. 경업금지, 전속의무, 비밀유지, 전직금지가 대표적입니다.

그 조항 아래에 금액이 적혀 있는지 보십시오. 없다면 그 의무는 어겨도 당장 돈으로 이어지지 않는 의무입니다. 상대방이 그것을 알고 있다면 지켜질 이유도 줄어듭니다.

금액을 넣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얼마로 할지, 어떤 성격으로 구성할지, 계약을 해지하면서 함께 청구할 수 있게 둘지는 거래마다 다릅니다. 이미 체결된 계약이라면 지금 고칠 수 있는지도 따로 봐야 합니다.

반복해서 쓰시는 계약서가 있으십니까.

한 번 정리해 두면 매번 같은 분쟁을 겪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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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위약금 조항의 효력과 감액 여부는 계약의 내용과 거래 경위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개별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